도너와 시훈씨의 내츄럴 본 루저팀이 티셔츠를 론칭하였네요~!
의외로 똑똑하고 부지런한 도너!



4가지 그림과 3가지 색이 준비되어 있네요!
제작부터 포장까지 손으로 만드는 대단한 노동력에 비하여 너무도 저렴한 2만5천원!
15일 일요일엔 빨래골에서 오프닝 파티도 한댑니다.

http://naturalbornloser.co.kr
http://naturalbornloser.co.kr/t-shirt/frame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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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빙 둘러친 울짱 안에는 수많은 양들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태평스럽게 풀을 뜯고 데굴데굴 뒹굴며 
나름대로 꽤 행복해하는 녀석도 있다.
난 정말 양일까, 양이 아닌 건 아닐까, 양이 아닌 나는 무엇일까
불안해져서 멍해 있는 녀석도 있다. 

내가 바로 그 멍해 있는 양인데, 모리미 토미히코씨 어떻게 아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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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2009. 2. 23. 19:38 from Z_2/%_3




속았구나! 속았구나!
한번 야간 비상종이 잘못 울린 것을 따랐더니
결코 다시는 돌이킬 수가 없구나.

서바이브스타일 5+, the Fall, 백색안경, 판의 미로, 은하해방전선,
무라카미 하루키, 프란츠 카프카, 모리미 토미히코, 미셸 공드리, 스파이크 존스,
요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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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2008. 12. 28. 23:11 from Z_2/%_3





아아, 이렇게 좋을 수가. 마시다가 죽어도 좋겠어.
나는 가짜 전기부랑을 즐겁게 마셨습니다. 어느 시점이 지나자 주위의 소란스러움이 멀어지고 마치 조용한 방 안에서 나와 이백 씨만이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장되게 말하는 걸 용서해주신다면, 그때의 가짜 전기부랑은 마치 내 인생을 밑바닥부터 따스하게 만드는 맛이었다고 말하겠습니다. 
한 잔. 또 한 잔. 또 한 잔.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고 술을 마시는 사이에 이백 씨가 마치 친할아버지인 것 처럼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왠지 이백 씨가 계속해서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 
이백 씨가 그런 말을 한 것 같았습니다.
"맛있게 술을 마시면 돼.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이백 씨는 행복한가요?"
"물론."
"그건 정말 기쁜 일이예요."
이백 씨는 빙그레 웃고 작게 한마디 속삭였습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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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2008. 9. 16. 10:56 from Z_2/%_3





그래도 오리야 호젓한 밤길을 가다
가까운 논배미들에서
까알까알하는 너희들의 즐거운 말소리가 나면
나는 내 마을 그 아는 사람들의 지껄지껄하는 말소리같이 반가웁고나
오리야 너희들의 이야기판에 나도 들어 밤을 같이 밝히고 싶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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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 조경란

2008. 6. 2. 22:15 from Z_2/%_3




추억이란 것은 마치
 모서리가 세 개인 뾰족한 삼각형처럼 생겼을 것 같다.
어떤 기억을 떠올리면 그것은
가슴속에서 빙빙 돌기 때문에
모서리에 찔린 마음이
너무 아프다.
계속 떠올릴수록 그것은
바람개비처럼 더 빠르게 빙글빙글 돌아가게 되고
 마음은 점점 더 아파진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언젠간 모서리가 다 닳아져서
더이상 마음이 아프지 않게 될까.
그런 날이 올까.

그런데 나는 내가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인지
아니면
모서리에 찔리고 있는 이 아픈 상태가
 나를 깨어 있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 건
지나간 일이 비록 오래 전의 것이라고 해도
 늘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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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처럼

2008. 3. 2. 17:19 from Z_2/%_3




<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효재처럼> 중에서
이효재


어머니는 한복집을 하셨다.
어렸을 때 나는 어머니 하시는 일이 싫어
한복 짓는 일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렇게 거부하며 배우지도 않았는데 매운 손끝도 대물림이 되는지
어느새 한복 짓는 일이 눈에 익고 손에 익어 평생의 업이 되었고,
혼수 한복을 지은 지도 벌써 20년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예쁜 것을 찾으며 유난을 떨고 자랐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게 다 운명의 메시지였지 싶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늘 외롭게 혼자 놀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방 안에서 혼자 책 읽고 인형에게 예쁜 옷 떠 입히느라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놀 새도 없이 바빴던 것이다.

지금처럼 물질이 풍요로운 시절이 아니었으니 예쁜 물건이 많지도 않았건만
어린 계집애가 무얼 안다고 미운 건 못 참고 어떻게 해서든 예쁘게 바꾸느라
뭔가를 자르고 꿰매며 시간을 보냈던 거다.

공들인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엄마에게 만날 모진 소리 들어가며 하지 말라는 짓 어지간히 했었는데,
그렇게 만들고 꾸미던 요란이 몸에 배어 나의 감각이 되고 재산이 된 것 같아
마음 한쪽, 기쁘기도 하다.





<동백 언덕에서>
양중해


10년 뒤에
동백 언덕에 갔더니
동백꽃은
예전대로 붉게 피었더구나.

전에 왔던 얼굴
기억해 두었다가
어찌 혼자 왔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것이 아닌가?

그렇고 그렇더라고 했더니
어찌 그럴 수가, 어찌 그럴 수가……
슬픈 것은 나인데
동백꽃들끼리 일제히 울음을 터트린다.

10년 전
내가 동백 언덕을 찾아가던 사연은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동백꽃들은 이미 알고도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더구나.





<맘 먹은 대로 살아요> 중에서
타샤 튜더

             
우리가 바라는 참된 행복은 무엇일까요?

행복은 물질로 가득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득해지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왜 그토록
행복을 바라는 걸까요?
아마 그건 텅 빈 마음을
가득 채우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에 만족합니다.
집, 정원, 친구 같고 자식 같은 동물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날씨,
내가 살고 있는 이 버몬트의 모든 것에……

인생은 결코 긴 게 아니에요.
우물쭈물 멍하게 있다 보면
어느새 인생은 끝나 버리지요.

잠시 주위를 둘러보세요.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답니다.




예쁜것이 아니면 못참았다는 이효재씨의 말이.
그때 내가 했던 말과 겹쳐 들려서
 순간 '앗' 하고 깜빡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1초의 영상이라도 눈이 즐겁지 않으면 무슨 매력이 있을까.
그래서 영화도 미장셴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별로 보고싶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얼마 전 까지의 한국 영화가 그랬고,
지금도 많은 영상물들이 그렇다.
(쇼오락물도 자막 폰트나 CG가 촌스러우면 불편한 마음)
나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그렇게 생각할것이라고 은연중에 믿고 있었는데
나의 그 말을 들은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있다고 말해주었고.
그래서 나는 조금 갸우뚱 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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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날밤의 김덕수

2008. 2. 22. 01:40 from Z_2/%_3



<나의 고백>
김덕수

풍물을 가르치다 보면 수많은 제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 재주가 아주 비상했으나

나날이 나날이 시들어가는 제자가 있는가 하면

실력이 형편없다가도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제자들도 있지요.


무엇보다 자기 선생을 잡아먹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따라오는

제자들을 만났을 때 나는 엄청난 희열을 맛본답니다.

그 때 그 시절 그 어른들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이놈아, 네가 최고야! 춥고, 배고픈 것을 먼저 배워야 돼!”


어린 날 선생님들께서 들려주셨던 이 한마디가 저의 운명을 결정지었답니다.


선생님들은 나에게 내가 선택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신 것이죠.

그것은 내 인생에서 무엇보다 값진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남사당 유랑예인패로 사는 동안 선배들이 저에게 심어준 것은

꿈이 있는 사람은 결코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수도 팔수도 없는 아주 중요한 가치가 하나 있지요.

나는 그것을 ‘꿈’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리고, 그 꿈이

오늘의 나, 사물놀이와 김덕수를 만들었습니다.

  - 김덕수 자서전, 『신명으로 세상을 두드리다』중에서...




 

<모닥불>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헌겊 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깃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대보름날 밤.
휘영청 밝은 동근 달이 떠있는 무대.
농도 짙은 붓으로 쓱쓱 내려그은듯 늘어진 .
콘트라베이스해금피아노. 거기에
장구
김덕수아저씨는 거기에 덩실덩실 웃으며 좋아하는 , 노래,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그런데. 백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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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2008. 2. 19. 13:46 from Z_2/%_3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일, 엄마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
위녕,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배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듯이,마주 서서 가는 거야.
슬퍼해야지.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해야지.
원망해야지, 하늘에다 대고, 어떻게 나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하고 소리 질러야지.
목이 쉬어 터질 때까지 소리 지러야지.
하지만 그러고 나서, 더 할 수 없을 때까지 실컷 그러고 나서.....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해.
자, 이제 네 차례야, 하고."


어떤 작가가 말했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그래서 영어의 responsible 이라는 것은 response-able이라는 거야.
우리는 반응하기 전에 잠깐 숨을 한번 들이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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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나는 봉천동에 산다」중에서

조경란


“아버지, 뭘 기도하실 거예요? ”


“기도는 무슨 기도, 내가 더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냐.

그런데 말이다, 저 달을 들어내면 하늘엔 뭐가 남겠냐? ”


“…… 글쎄요.”


“저 달을 들어내면 하늘에 구멍 하나 남질 않겠냐. 너는 작가가 아니냐.

모든 사람의 생에는 구멍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니라.

그 구멍을 오래 들여다보거라.”


“…… 아버지, 전 어느 땐 양말이나 신발 신는 것부터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무슨 그런 말을 하냐.”


아버지는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달빛이 너무 밝았다.


“아부지, 저 그냥 여기서 오래오래 살까봐요.”







소설「혀」중에서
조경란

……사랑은 나한테 무엇이었을까, 나는 도마 위에 칼을 내려놓는다.

사랑은 음악과 같았다.

배우지 않고도 그것에 대한 이해와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며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반응하는.

사랑은 음악과 같았다.

실제로 먹어보지 않고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고 식욕이 느껴지는.

사랑은 음악이고 음식이다.

환희에 찬 순수한 아우성이 온몸으로 느껴지고 밀어닥쳤다 탄식하게 하고 고양되며 격렬하게 하는,

혼란에 빠질 수 있으며 갈망으로 목이 타오르게 하는,

단순하게 시작되어 더 이상 숨죽이고 있을 수 없게 하는,

온몸을 자극시키는 아름답고 관능적인 것.

정신적인 만족감과 육체적인 만족감을 동시에 주는 것.

사랑이 그런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 …

그는 다시 혀 요리 한 점을 입속에 넣고 우물거린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지?”


“내 요리엔 특별한 것이 들어 있잖아.”


 “입 속에서 힘센 사람 두 명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힘이 느껴져.
그게 그냥 피 튀기는 결투가 아니라 서로 어떤 조화를 이룬 싸움 같아.
맛의 싸움 말이야.”


“정말?”


 “응. 맛이란 게 진짜 살아 있어서 내 혀 위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것 같은걸.”


맛은 속일 수 없다.

그의 동공이 크게 벌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한 점씩, 한 점씩 그는 신중하게 씹고 삼켰다.

그는 점점 더 나의 새로운 요리에 빠져들고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 모든 사랑 이야기가 그렇듯 되돌아보면 행복했던 시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서로를 끌어들인 매혹의 첫 순간도.

하지만 이젠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땅에는 언제나 살아있는 것들로 가득차있지만

모든 것은 태어나는 순간에 죽어간다.

어떤 것은 번성하고 어떤 것은 쇠락하고 어떤 것은 다시 태어나며 어떤 것은 흘러가기도 한다.

살아 있는 것은 차례차례 바뀐다.

중요한 건 지금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게 아니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나는 눈물 한 방울을 얼른 손등으로 훔치곤 포크로 혀를 한 점 찍어
그의 붉은 입술 사이로 부드럽게 밀어 넣는다.






 



사랑하는 낭독의 발견.
두달여만에 기다려앉아 보았는데.
작가 조경란씨가 직접 읽어주는 그녀의 글은
조분조분 예쁜 입으로 말하는 그녀의 생각은
가슴 속속속에 딱딱하게 숨겨놓았던 세포까지 찾아내 어루만져주었죠.
마지막에 국자이야기의 일부를 읽어주셨는데.
<혀>의 여운이 계속 남아 서러워하는 바람에 들리지가 않았어요.

감성의 교류.
서로의 감성을 발견하고 기뻐하고 위로하는.
감성의 교류.
아주 중요하면서도 아주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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