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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31 빨랫줄에 빨래를 널고싶다
  2. 2008.12.09 걸어가는길
  3. 2008.11.13 그린 기린

빨랫줄에 빨래를 널고싶다

2009. 3. 31. 00:12 from Z_1/z




집에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아부지 선물과 단호박맛탕을 들고서
처음가는 골목길을 걷게 되었다.
이 끝이 모퉁이를 돌아 이어져있는지 아니면 막다른 길인지도 알수없는 초행길이었는데
길들이 재미있게도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아서
마치 마음껏 난도질한 케잌조각 사이를 걷는 느낌이었다. 

이 동네는 집들이 아담하니 낮고, 대부분 작은 옥상을 가지고 있고
그 높이가 낮은덕에 빨랫줄의 고개가 살짝 보일 정도였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과
옥상에 앉아 하늘을 볼 수 있게 만든 벤치와
하늘에 빨래를 널어 말릴 수 있게 늘어진 빨랫줄.

집주인들이 개성껏 조금씩 꾸민 공간들
켜켜이 묻은 흙 먼지 짜증을 날리는 티셔츠 팬티 수건조각들
콧노래를 부르며 빨래를 탈탈 털어 말렸을 여인들의 아침.

우리집 옥상은 하늘이 넓게 끝없이 파랗고 바람은 깨끗하다.
나는 롤러를 신고 한돌이와 옥상을 뱅글뱅글 빨랫줄 사이를 돌았다.

빨래들이 기분에 춤춘다.



Posted by tripleZ :

걸어가는길

2008. 12. 9. 14:32 from Z_1/z






어린이대공원->집                                                                               구의동 나의 길






Posted by tripleZ :

그린 기린

2008. 11. 13. 22:24 from Z_1/z
1.나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됩니다.
짐은 생각보다 많아 한트럭이나 되었고 그것을 다 정리하는데에는 하루가 꼬박 넘게 걸렸지만 
책장에 책을 다 채워넣고 옷장에 옷을 다 채워넣고 찬장에 찬을 다 채워넣었는데도 다 정리되지 못한 기분이었습니다.
마음장엔 채워넣을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2.나는 항상 기린을 동경해왔습니다.
목이 쭈우욱 늘어나 있으며 머리에 달린 뿔로는 레이저를 쏜다는 설도 있다니, 이건 너무 귀여운 동물 아닌가요!
그래서 기린을 그리고 그린 기린을 보며 그를 그리워했지만, 사실 기린을 본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3.나는 채워넣을 마음을 찾으려고 이름만 아는 동네를 매우 많이 걸었습니다.
어느날 내가 도착한 곳은 굉장히 넓은 공원이었고, 길의 길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가게 되었는데,
내가 본 것은, 이건 믿을 수 없을만큼 사랑스러운 일이었죠!

4.널 기다려왔어.
까만 안경을 쓴 당나귀가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엉덩이에 지푸라기를 붙인 라마가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코끼리가, 물소가, 일본원숭이가, 미어캣이, 북극곰이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감동적인 나는 눈물이 글썽했죠.

5.기린은 어디에 있지?
기린은 널 반겨주라고 했어.
머리에 뿔을 단 사슴이 대표로 말했습니다.

6.까만 안경을 쓴 당나귀와 엉덩이에 지푸라기를 붙인 라마와 코끼리와 물소와 일본원숭이와 미어캣과 북극곰이
마음을 조금씩 모아 주었고, 일년이 조금 지난 지금에 와서는 마음을 채워넣기위해서나, 기린을 찾기위해 걷지 않습니다.

Posted by triple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