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3.06.02 사나운
  2. 2009.03.02 XXX(num),123
  3. 2008.11.13 그린 기린
  4. 2008.10.05 이 어설픈 표정의 도시
  5. 2008.05.12 디자인 도시 서울 6

사나운

2013. 6. 2. 12:36 from Z_1/z

 

 

 

개들

햇볕

감정

 

 

 

 

Posted by tripleZ :

XXX(num),123

2009. 3. 2. 03:15 from Z_1/z
1.
콩쥐(6)
우리가 반지하에서 살고있었을적
여름에는 집문을 열때 곰팡이의 급습을 받아야 했지만 그날은 달랐어.
엄마가 올라오시는 날이면 집공기는 언제나 청결했고 갓 지은 밥의 단내가 풍겼는데.
그날이 그런날이었어.
그런 냄새를 맡으며 집문을 연 순간 거기엔 어떤 작은것이 있었는데.
손바닥보다 작고 하얀 너는 아장아장 걷다가 문소리가 나는 쪽으로 짧은 고개를 돌렸고.
그 까만 눈과 내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주체할수 없이 기뻐 문도 닫지 못하고 굳어버렸어.
2.
모래(15)
내가 열세살때 친구들이랑 와구와구 뛰어다녔을 때였는데
어쩌다보니 나는 성당뒤의 정말 높은 절벽에 메달리게 되어버렸어.
여기서 난 뛰어내릴수도, 올라갈 수도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고 겁에 잔뜩 질려있었어.
그때 나타난 너는 내 두 팔목을 잡고 쑥 끌어올려 그 정말 높은 절벽위에 세워주었어.
세상에. 나 지금 엄청난 힘에 휘둘렸어. 너에게 나의 10대를 의지할 수 있게 해주었던 순간이었지. 
지금 너와 나의 20대는 아래가 보이지 않을만큼 높은 절벽의 끝에 대롱대롱 메달려 우울함에 잔뜩 질려있어.
그땐 나 혼자 메달려있었지만 어찌된일인지 그때에 나를 끌어올려준 너도 내 옆에 메달려있구나.
3.
서울(8)
서울의 밤은 살아있었어.
끊임없이 수근수근대는 발자욱 소리, 경적 소리, 빛 소리들이 어린 나를 잠들수없을만큼 설레이게 했어.
서울의 밤은 한번도 까맸던 적이 없어.
한없이 빨려들어가는 우주의 까만색을 서울하늘은 보여주지 않아.
서울의 밤은 끝없이 길었어.
밤동안 할수있는 일은 너무나 많고, 창조의 대부분이 밤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서울에서 알게된 진리였어.



Posted by tripleZ :

그린 기린

2008. 11. 13. 22:24 from Z_1/z
1.나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됩니다.
짐은 생각보다 많아 한트럭이나 되었고 그것을 다 정리하는데에는 하루가 꼬박 넘게 걸렸지만 
책장에 책을 다 채워넣고 옷장에 옷을 다 채워넣고 찬장에 찬을 다 채워넣었는데도 다 정리되지 못한 기분이었습니다.
마음장엔 채워넣을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2.나는 항상 기린을 동경해왔습니다.
목이 쭈우욱 늘어나 있으며 머리에 달린 뿔로는 레이저를 쏜다는 설도 있다니, 이건 너무 귀여운 동물 아닌가요!
그래서 기린을 그리고 그린 기린을 보며 그를 그리워했지만, 사실 기린을 본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3.나는 채워넣을 마음을 찾으려고 이름만 아는 동네를 매우 많이 걸었습니다.
어느날 내가 도착한 곳은 굉장히 넓은 공원이었고, 길의 길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가게 되었는데,
내가 본 것은, 이건 믿을 수 없을만큼 사랑스러운 일이었죠!

4.널 기다려왔어.
까만 안경을 쓴 당나귀가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엉덩이에 지푸라기를 붙인 라마가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코끼리가, 물소가, 일본원숭이가, 미어캣이, 북극곰이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감동적인 나는 눈물이 글썽했죠.

5.기린은 어디에 있지?
기린은 널 반겨주라고 했어.
머리에 뿔을 단 사슴이 대표로 말했습니다.

6.까만 안경을 쓴 당나귀와 엉덩이에 지푸라기를 붙인 라마와 코끼리와 물소와 일본원숭이와 미어캣과 북극곰이
마음을 조금씩 모아 주었고, 일년이 조금 지난 지금에 와서는 마음을 채워넣기위해서나, 기린을 찾기위해 걷지 않습니다.

Posted by tripleZ :

이 어설픈 표정의 도시

2008. 10. 5. 21:49 from Z_1/z





어색하게 쉬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도시.
내가 사랑하는 도시여.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지금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은
정말 보이지 않는것일까.
왜 이렇게 일차원적인. 응?




Posted by tripleZ :

디자인 도시 서울

2008. 5. 12. 04:44 from Z_1/z





디자인 도시.
서울.



좋다. 디자인 도시.
유치해보여도 말로만 들으면 참 좋다.
당장이라도 서울이 엄청나게 예뻐질 것 같아 디자인계의 앞날이 밝아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토스트 아줌마가, 떡볶이 할머니가 안보인다.
구두닦는 아저씨도 보이지를 않는다.
길가에 반드시 있어야 할 그들이 갑자기 인비져블이 되어버렸다.
쉬는시간에 친구들과 달려나오면 막 구워진 토스트를 팔던 아줌마.
추운 겨울, 남자친구와 추위를 달래며 먹었던 오뎅과 떡볶이를 팔던 그 유쾌한 할머니.
한달에 한두번씩 구두 몇켤래씩 들고 찾아가 한참을 수다 떨었던 구두닦는 아저씨가 정말로 사라졌다.

그 좋아보이는 디자인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가판대가 철거되고 있다고 한다.

아니. 뭐라고? 당신은 나의 소소하고 감성이 담긴 군것질거리가 구질구질해보이는가!!!
디자인도시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거리의 미관을 해치는 것들을 치우는 것. 이라면.
그것의 기준을 세운 세운 사람은 진정,
디자인과 문화의 상호관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인가?

구두수선 상자와 떡볶이 포장마차,
동대문 길가의 정신없이 분주한 가판대,
비뚤비뚤 길목을 600년간 지켜온 피맛골,

제발 없애지 말아라.
다른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리만의 정서가 담긴 개성있는 문화이다.

재개발도 좋고 도시미관 업그레이드도 좋다.
그런데 디자인은 단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깔끔한, 하이테크닉에서만 오는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정서가 담긴 문화를 기반으로 해야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문화적 재원이 부족한 탓이 크다.

한국은 디자인 교육을 시작한 역사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짧으며,
디자인은 서양의 학문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입장일 수 밖에 없다고 합리화시킬 수만도 없다.
같은 동양이지만 우리보다 디자인에 수십년 일찍 눈을 뜬 일본은 그렇다 치더라도.
서양의 디자인에 개방된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중국이
그들의 독특한 중국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을 보면
단지 우리보다 늦게 시작해서 왜 더 잘하는 거야! 라며 배가 아픈 것을 넘어서
문제는 좀 더 근본적인것에 있다는 것을 알수 있지 않은가.
중국은 비록 많이 손실되었다 하더라도 필사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지켜왔고
현재도 역사가 있는 중국식 집에서 중국식 옷을 입고 중국식 거리에서 중국식 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조상들이 남긴 문화를 보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살아온 문화적 재원이 있었기에
새로운 개념이 들어오더라도 그들만의 방법으로 그것을 소화하고 변형할 수 있는 개성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문화적 재원이 열악하다.
과제이든 사명감에서든 한국적 디자인을 시도한적 없는 디자이너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물을 만족스럽게 끝낸 디자이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한국적 디자인 이라는 단어 앞에서 느낀 막막함과,
한국의 미술적 요소를 찾기 위해 없는 자료를 찾아 진땀뺀 기억,
왜 이렇게 어렵고 찾기가 힘들고, 거기서 거기일까,
열심히 하긴 하는데 왜 이렇게 안예쁠까, 로 마무리 된 한국적 디자인에 대한 결론은,
'한국적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였다.

도대체 왜, 삼청동 골목을 관광하듯이 구경하러 가야만 한국의 집을 볼 수 있는가.
한국의 집은, 한국의 옷은, 한국의 거리는, 한국의 생활은 내 주변 어디에서 느낄 수 있는가.
왜 굳이 '찾아 나서야만' 한국을 알 수 있는가.

자연스럽게 있어야만 하는 우리의 문화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일본인들이 악의를 갖고 문화재를 부수고 보물을 훔쳐갔던 일들은 분해도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의 기도처였던 서낭당과 돌무더기를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부수고
초가집을 구질구질한 가난의 상징이라며 현대식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꾼 한국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식민지 역사의 수십년간 잊혀진 전통도 서러운 마당에 왜 우리 손으로 우리 문화를 없애야만 했던 것인가.

헛똑똑한 그들의 논리로 정리된 지금의 서울은 극명하게 깔끔하다.
랜드마크만 극명하게 전통적이고 나머지는 극명하게 현대적이다.  
찾아 나서지 않으면 생활 속에서 전통적 한국의 모습을 찾기 힘든데
이런 속에서 나온 디자인이 한국적이라면 그것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생활 속 감성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표정을 발견하고 그것을 기록하고 그리고 사진으로 남기고
그런것들을 바탕으로 자란 감성으로 디자인 능력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디자이너이다.
그러므로 디자이너에게 환경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판대와 피맛골은 겉으로 보기에 깔끔하지 못하므로 없어져야 할 것들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없기 때문에 우리만의 다른 감성을 주는 소중한 문화재원이다.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지금이라도 부족한 문화재원을 보호하고 생활속에 복원시키는 일이다.
진심으로 우리나라 디자인이 성장하는 것을 원한다면,
아름다운 한국적인 디자인을 보고 싶다면,
한국만의 개성있는 문화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발전시키는 것이 힘들다면 제발 지금 있는 문화만이라도 우리 손으로 직접 허물지는 말아라.

한국 문화는 궁 안에만 있는것이 아니라 피맛골에도, 노점상에도, 떡볶이 안에도 있다.
그 개그맨 뺨치는 떡볶이 할머니를 빨리 다시 돌아오게 해달란 말이다!!!
나의 출출한 겨울밤엔 반드시 떡볶이가 필요하다고!!!!!!!!!




Posted by triple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