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은 단순한 mp3를 넘어선 아이덴티티의 작은 표출구이며
공공장소에서도 자신만의 공간을 구현시켜주는 기능을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와 아이팟.
가끔 나는 이 가늘고 긴 흰색줄.
끝과 끝에 연결된 두 동그라미.
아이팟과 머리.
주객이 바뀐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팟이 떨어지만 내 머리도 떨어진다.
덜컹.
이것은.
위로인지 중독인지 도피인지 주입인지.
감성인지 이성인지 의무인지 장식인지.
판단력도 기운도 다 빠져나가버린 오늘같은 날은
사랑해 마지않던 아이팟마저 나를 빨아먹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나쁘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이 오면 고통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눈물이 나올것 같지만 쏼라쏼라 하는 가사에 꾹 집중하면 그래도 좀 괜찮다.
그렇다면 오늘은 도피라 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