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어긋나는 일이 계속되면 인연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낮에 본 문구가 까만 지하철 터널 안에서 디졸브되어 들어와 머리 속을 맴돌아서
그래. 그런것 같기도 해. 수긍하다가.
'왜 자꾸 이렇게 꼬이는 거지? 처음부터 이렇게 꼬이는거 보면 이게 내 길이 아닌가봐..'
'너는 성당 다니는 애가 왜 미신을 믿냐?'
응. 맞어 그런걸 믿으면 안되지.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음. 근데 왜 내 생각을 당신이 정리해주는가.
왜 하필 나는 그때 너에게 그런 말을 했고, 너는 나에게 그렇게 답해주었으며,
게다가 지금까지 나는 그 말들을 기억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너에게로부터 답을 얻으려 하는가.
머리속에 깊게 박혀 뇌를 파먹고 사는 몹쓸 기생충 같으니.
이미 너의 머리속의 나만 타고 다니던 버스노선은 끊긴지 오래임에도 말이다.
눈물을 꾹꾹 삼키며 집으로 돌아오는 궁상맞은 스물여섯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