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더링을 걸어놓고 새우잠을 자고
일어나서 다시 렌더링 걸고 새우잠을 자다가를 반복.
마지막 새우잠은 여섯시간이나 잤다.
이럴거면 왜 구겨져셔 잤을까 그냥 펴고잘걸..
정신을 차리고 밥을 먹고 포도 한송이까지 다 먹어치울때쯤
목이 칼칼하고 뒷목이 땡겨오는게
'아. 이건 감기다.'
감기기운이 돌았다.
어제 아빠의 민물고기축제에 갔다가 만난 많은 사람들
햄스터처럼 돌려제꼈던 페달의 오리배
행사장 한켠의 신종플루 예방 부스
그리고 감기 조심하라는 대화내용
어제의 일상이 복선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밀러 파티를 일주일 앞두고 그것을 마스터피스로 남긴채 요절하는 27세의 여성 디자이너.
허무하게 세상을 등진 젊은 디자이너의 삶. 이라는 짦은 기사와
이를 보고 슬퍼하다가 일주일후 새까맣게 까먹게될 이 견고한 세상.
아. 안돼.
시간이 갈수록 열이 조금씩 생겨서 추워지는것이 느껴졌다.
아. 오늘 마감인데. 내일도 마감인데.
난 신종플루쯤 허브차로 이길수 있다는 강한 의지로 뜨거운 허브차를 독하게 마셔대고
목에 엄마 실크 머플러를 칭칭 둘러매고 가디건도 껴입고
진짜 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 사운드작업을 하고있는데
아빠엄마가 나타났고 나는 일부러 더 아픈것처럼 죽는소리를 해가며
아빠 나 감기걸렸다고 징징대자
엄마는 꿀물과 두꺼운 옷을 챙겨주셨다.
아 이 꿀같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