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간 중요한 예닐곱개의 물건들이 약올리듯 종적을 감췄다.
상자와 가방과 모자와 책으로 뒤엉킨 이 방은
잠깐 하이킥 보고 웃다보면 내 물건을 하나씩 삼키는 듯 하다.
아이폰의 앱스에 그렇게 하이테크놀로지를 집약한 컨텐츠가 많다고 하던데.
앱스 개발자중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내 물건 하나하나를 등록한 후
찾고 싶은것의 이름을 검색하면 바로 그것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기능을 개발해주시기 바랍니다.
세달간 찾다가 포기하고 주문한 카메라 충전기를 오늘 받았다.
밀봉된 비닐을 벗기고 받아든 충전기는 세달간 열손가락의 눈을 켜고
오매불방 찾아헤매이던 내 충전기와 똑같다.
어쨋든 받아들고 나니 이제 언제든 마음놓고 사진찍을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놈의 충전기 잡히기만 해봐라 하는 도망간 충전기에 대한 괘씸함이 몰려온다.
이 외에도 몇가지 중요한 것들이 사라졌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골집에 두고 온 느낌이다.
막상 시골집에 가면 또 찾기 힘들어 서울집에 있나 싶다가도
서울에 오면 또 시골집에 있는것 같고.
아마 내 짐이 분산되어 있어 여기 아니면 어딘가에 있겠지 싶어 끝까지 찾지 않는 탓도 크지 싶다.
그런데 나의 진짜 중요한 마음 둘 집은 어디일까 생각하면 이 둘 다 아닌것같기도 하다.
그럼 내 집은 어디에 두고 온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