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심에 16불짜리 시금치 커리를 시켰다. 미국 음식은 양이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한번 테이크아웃해서 두끼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불짜리 식사는 비싸도 너무 비싸잖아. 비싸서 시켰어 왜냐면 회사에서 사주니까 리밋에 딱 맞춰서 시켰어. 좋아하는 인도커리 미국와서 처음 먹는데 한국에서 먹던 것 만큼이나 맛나다. 동대문 청담동 홍대 커리마큼 뉴욕커리도. 양많고 감칠맛 나고 행복.
2. 커리를 먹고싶단 생각을 한건 출근길에 읽은 쇼파홀릭 때문에. 주인공이 지출을 절약하기 위해 커리를 만드는데 온갖 향신료와 그라인더까지 사서 뭘 만들어서 난까지 곁들여 룸메이트랑 한입 먹고 너무 매워하는 장면이었다. 아파트 로비에 누가 이사가는지 책을 잔뜩 내놨길래 들고왔는데 영어공부나 할까 해서. 허세와 된장이야기일 줄 알았더니 재미있고!
3. 먹는거 너무 좋아서. 맛있고. 사방에 적들이 가득한 뉴욕에서 살아가려니 무기도 방패도 필요한데 디아블로에선 땅에서 줍는다지만 뉴욕 아무리 걸어 다녀도 길거리에서 쓸만한 방패 찾을 리가 만무하잖아. 그리고 난 경쟁같은건 붙고 싶지도 않고 누구랑 비교하기도 싫어. 단호하게 말하는 걸로 들리겠지만 기호따위 영향을 주지도 못하는 전투력 경쟁력 없음 이다. 사실. 그래서 일할때는 내 일만 열심히 해서 빨리 퇴근하고. 먹는거. 다들 가시 세우고 남 욕하고 내 디자인 별로라고 도리도리 할 때 나는 대꾸않고 커리나 먹을련다. 16불짜리 두 끼니로 나누어서.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