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잔정

2012. 8. 5. 13:23 from Z_1/z








언제쯤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의 한글과 영어로 된 새 책들이 쌓여 있었다. 


바로 달려들어 읽고 싶기도 했지만 조금씩 아껴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구름처럼 밀려오는 어두운 감정에 몸은 이미 무거워져 있었고, 냉면, 짜파게티, 링귀니 꺼내놓고 결정하지 못하니까 일단 물부터 끓이고, 뭘 먹고 싶지도 먹어야 기분이 업될지도 가늠하지 못할 만큼의 가라앉음. 

우리는 식도락 여행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엄청나게 먹고 다녔는데, 맛있는 것들 그렇게 먹고도 먹여주지 못한 치즈케잌과 냉장실 야채칸에 넣어둔 커다란 가지가 아쉬웠다. 아침까지 돌던 잃어버린 내 입맛.


서울의 소식들은 세련된 차원의 즐거움이다. 입맛보다 찾고싶은 잃어버린 내 감은 어쩔거야.  


올때 입었던 오렌지 네이비 화이트 블랙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똑같이 입고 가뿐히 돌아갔다. 어딘가에서 들었을 커다란 멍은 공항갈 때 쯤 거의 다 사라져 있었다. 서울 내리면 아마도 말끔해질 것 같네. 반면 나에겐 손님이 다녀가면 체취가 오래 남아서 큰일이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시절을 맹렬히 붙어 지냈던 친구가 왔다 가니 눈물이 톡톡 터지고 미치겠다. 서울 같이 따라가고 싶어. 

어제 좋아서 한번 더 찾아갔던 그린위치에서 전날 같이 본 문라이즈 킹덤의 장면과 비슷한 등대 카드를 몰래 사서 밤에 몰래 적어서 지하철에서 건내줬다. 쑥쓰러우니 비행기에서 읽으라고 주고, 도넛을 앉아서 먹고, 들여보내고, 두시간을 헤매며 집에 돌아왔는데, 요녀석이 내가 몰래 준 등대카드와 똑같은 카드를 몰래 사서 밤에 몰래 적어서 트레이 아래에 숨겨놨었다. 앗 뭐지 너무 웃겨서 막 웃다가 너도 비행기 앞에 앉아서 막 웃었겠구나 생각하니. 꺅 간지러워 뭐지 우리 인연이야? 우리 남자 좋아하잖아. 


정말 와줘서 고마워. 


귀엽고 평화롭다





Posted by triple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