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뉴스만 틀어놓고 칩거생활을 하다가 먹던 비타민제가 떨어져 자전거를 끌고 나왔는데, 브루클인은 비교적 멀쩡한 편 이었다. 다만 뿌리째 뽑힌 큰 아름드리 나무들이 종종 허리케인이 왔다 갔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비타민 사러 갔다가 호박들도 업어 왔고, 부엉이랑 같이 어는 계절 구경 하라고 창가에 진열 해 놨다.
토론토 에서는 조카들 데리고 trick r treat 하러 돌아 다녔는데, 뉴욕은 코스튬 하고 거리행진 하는 것이 꽤 볼만 하다길래 벼르고 있었지만, 샌디 덕에 어느 코스튬보다 무서운 할로윈이 되고 말았다.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보며 참 허무하겠다 안타까워 하고 있노라면, 나는 소유한 것이 없어서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 신분은 가볍다. 버려야 할 것도, 갖지 말아야 할 것도 더 빨리 알 수 있게 되었다. 전에 어학연수를 준비할 때 누군가 "점점 더 정리가 쉬워질 거예요." 라는 비슷한 말을 해 주었던 것이 떠오른다. 갖지 말아야 할 인연을 구분하게 된 것은 편리하기도 하고 좀 안 좋은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쨋든 텅 빈 이 hallow 상태의 지속은 제한되어 있을테고, 어딘가의 일원이 되면 지금을 갈망할 건 뻔하다. 청개구리 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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