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댄스

2013. 1. 27. 01:02 from Z_1/z




잇몸이 차갑다.

오랫동안 눈을 맞으며 걷는데 모자 없이 웃으면서 걸었기 때문. 뉴욕은 작년도 올해도 따뜻하다. 따뜻한 곳에서 외로운 건 죽을맛 이지만. 쌓일 정도로 함박눈이 내리는건 두번째인가, 직접 맞으며 걷는건 처음이라 너무 좋아서, 또 퇴근하면서 눈을 발견하고 노래 고를 틈도 없이 플레이 눌렀더니 처음 나온 곡이 자미로콰이 쾅! 하하 일하면서 머큐리리브 듣다가 자미로콰이 쾅쾅! 나오니까 눈과 함께 기분이 날리고. 그래서 웃으면서 잇몸 어는줄도 모르고 걸었나봐.




미국애들은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하는데, 변화무쌍한 인생 즐기기만 하기엔 견뎌야 할 산이 많다. 특히 나처럼 가난한 디자이너에게는. 눈물 쏙 빠지게 노력해도 마음처럼 안되다가 또 갑자기 석달치 밀린 페이먼트가 들어오기도 하고, 어어어 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행운이 굴러오기도 한다.

코너를 돌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

두발 자전거로 아슬아슬 저글링을 하는 나, 흩날리는 벚꽃 사이로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는 나, 상처 투성이로 피를 질질 흘리며 팔을 길게 내린 채 쇠고랑을 차고 걷는 나, 야심차게 나열된 허들의 무리를 가볍게 뛰어 넘는 나, 가쉽거리에 열광하는 관중을 방관하고 걷는 나, 동공이 커지는 나, 질투하는 나, 강아지 키우는 나, 울고 울어서 녹아내리는 나

그리고 오늘처럼 금요일 퇴근길에 갑자기 내리는 눈은,

행복해



춤추며 걷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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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riple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