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는 살금살금 걸어 다니고, 가끔 기척 없이 내 얼굴 옆에서 야옹 한다.
고양이가 있는 방은 조용해도 꽉 차 있다.
나는 사주 따위 믿지 않으면서 정작 한번 보고 나면 어이없게 완전 믿고 난리.
왜냐면 너무 용하시니까.
11월부터 나의 삼재 떠나 주시고, 길운이 든다고. 그 말을 믿고 싶어서 더 용하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삼재"라는 말이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나의 고된 최근 몇 년.
그리고 11월이 되었는데, 숫자일 뿐인 날짜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상하게 활력이 난다고나 할까?
위니야 나랑 같이 자자, 아무리 졸라대도 내 침대에서는 안자는 요망한것.
내 운은 고양이처럼, 또는 송사리처럼 요리조리 피해가는 느낌이었던 건 어쩔 수 없다.
야옹 야옹
위니는 가볍게 소리내고,
고양이가 있는 밤도 가볍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