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경력이 얼마 되지도 않는 디자이너들이 이력서에 아트디렉터라는 말이 언급되는 것을 극도로 싫다고 표현했는데,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친히 자신들에게 아트 디렉터라는 직위를 하사한 수많은 병아리들의 경우,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젊은이의 직업관 자체가 의심스러워진다. 경험이란 마감 날짜와 시어머니 같은 클라이언트의 압박 속에서 진짜 디자인 작업을 해본 일, 클라이언트와 의사소통을 해본 일, 돈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해본 일, 자기 밑에 후배들이나 하급자들을 다뤄 본 일을 전부 말한다. 당신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하던 간에, 이런 경험들은 단 시간에 쌓을 수 없다. 이런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야만 당신의 크리에이티브한 상상력들을, 그런 쪽으론 전혀 발달하지 못한 의심 많은 클라이언트들에게 팔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촬영 현장을 생각해보라. 감독이 창의력이란 부분을 총괄한다. 디자인 현장에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디렉터가 배우의 마이크를 고쳐주거나, 붐 스틱을 들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디렉터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트 디렉션의 중요한, 그러나 간과되는 기술 중 하나는 바로 문제를 발견하고, 파악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풀어내는 능력이다. 물론 문제를 발견하는 단계는 쉽다. 우리 할머니도 문제는 잘 발견하신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면 우리 할머니는 아마 답 대신 차를 한잔 들려주실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트 디렉터가 아니다.
아트 디렉터란 경험과 소통의 능력을 고루 갖춘 사람이다. 게다가 크리에이티브한 사고와 전체적인 그림을 볼 줄 아는 능력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문제 해결 능력? 말하기도 귀찮다. 아트디렉터들은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그래서 당신이 아니면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어야 맞다. 자, 이제 이런 것들이 당신의 능력이나 직무와 비슷한가?
CA 143호 제이슨 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