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e

2011. 10. 27. 10:36 from Z_1/z







대학교 3학년에 재수하는 동생과 함께 대치동 반지하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다.
아끼고 아껴도 가난한 주머니에다 녹록치 않은 학교 생활에
늘 스트레스로 가득차서 집으로 쓰러지듯 들어가곤 했는데
그 와중에 즐거운 날은 횡성에서 가족들이 오는 날이었다. 
총총총 집 문을 벌컥 열었을때 나랑 눈이 마주친것은 손바닥만한 하얀 실뭉치. 동그란 눈.  
우리는 한동안 정지했고 그 귀여움에 사르르 녹아버렸지. 
몇집을 전전하다 갈데가 없어진, 엄마젖을 떼지도 못한 강아지는
너무 작아서 콩알만하다고 콩쥐라고 지어주었다.
아마 저 갈색강아지만 했을거야.


콩쥐는 똑똑하고 장난끼도 많을뿐더러 사교성까지 좋아서 온 동네 아이들이 좋아했고
아. 그럴땐 정말 귀여웠어.
아침에 엄마가 현관문을 열어놓고 마당에 나가시면 그 사이 몰래 들어와서
자고있는 내 얼굴을 핥는다.
깜짝 놀라서 콩쥐!!! 하면, 좋아라 꼬리를 흔들며 도망가선 소파밑으로 들어가고
엄마는 그런 콩쥐가 귀여워서 일부러 문을 열어놓기도 했다.


콩쥐는 유독 새끼를 많이 낳았는데, 일년에 두번씩 꼬박꼬박,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우리는 대견해했고,
시골에서 자라는 강아지의 삶을 누리면서 새끼를 낳고 기르는것이 콩쥐의 즐거움처럼 보여서
차마 걱정조차도 하지 못했네.

그래서 미안해.


미안해 콩쥐야.





Posted by triple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