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상 차리고, 살림하고 효재처럼> 중에서
이효재
어머니는 한복집을 하셨다.
어렸을 때 나는 어머니 하시는 일이 싫어
한복 짓는 일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렇게 거부하며 배우지도 않았는데 매운 손끝도 대물림이 되는지
어느새 한복 짓는 일이 눈에 익고 손에 익어 평생의 업이 되었고,
혼수 한복을 지은 지도 벌써 20년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예쁜 것을 찾으며 유난을 떨고 자랐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게 다 운명의 메시지였지 싶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늘 외롭게 혼자 놀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방 안에서 혼자 책 읽고 인형에게 예쁜 옷 떠 입히느라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놀 새도 없이 바빴던 것이다.
지금처럼 물질이 풍요로운 시절이 아니었으니 예쁜 물건이 많지도 않았건만
어린 계집애가 무얼 안다고 미운 건 못 참고 어떻게 해서든 예쁘게 바꾸느라
뭔가를 자르고 꿰매며 시간을 보냈던 거다.
공들인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엄마에게 만날 모진 소리 들어가며 하지 말라는 짓 어지간히 했었는데,
그렇게 만들고 꾸미던 요란이 몸에 배어 나의 감각이 되고 재산이 된 것 같아
마음 한쪽, 기쁘기도 하다.
<동백 언덕에서>
양중해
10년 뒤에
동백 언덕에 갔더니
동백꽃은
예전대로 붉게 피었더구나.
전에 왔던 얼굴
기억해 두었다가
어찌 혼자 왔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것이 아닌가?
그렇고 그렇더라고 했더니
어찌 그럴 수가, 어찌 그럴 수가……
슬픈 것은 나인데
동백꽃들끼리 일제히 울음을 터트린다.
10년 전
내가 동백 언덕을 찾아가던 사연은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동백꽃들은 이미 알고도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더구나.
<맘 먹은 대로 살아요> 중에서
타샤 튜더
우리가 바라는 참된 행복은 무엇일까요?
행복은 물질로 가득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득해지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왜 그토록
행복을 바라는 걸까요?
아마 그건 텅 빈 마음을
가득 채우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에 만족합니다.
집, 정원, 친구 같고 자식 같은 동물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날씨,
내가 살고 있는 이 버몬트의 모든 것에……
인생은 결코 긴 게 아니에요.
우물쭈물 멍하게 있다 보면
어느새 인생은 끝나 버리지요.
잠시 주위를 둘러보세요.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답니다.
예쁜것이 아니면 못참았다는 이효재씨의 말이.
그때 내가 했던 말과 겹쳐 들려서
순간 '앗' 하고 깜빡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1초의 영상이라도 눈이 즐겁지 않으면 무슨 매력이 있을까.
그래서 영화도 미장셴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별로 보고싶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얼마 전 까지의 한국 영화가 그랬고,
지금도 많은 영상물들이 그렇다.
(쇼오락물도 자막 폰트나 CG가 촌스러우면 불편한 마음)
나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그렇게 생각할것이라고 은연중에 믿고 있었는데
나의 그 말을 들은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있다고 말해주었고.
그래서 나는 조금 갸우뚱 했던 기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