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오리야 호젓한 밤길을 가다
가까운 논배미들에서
까알까알하는 너희들의 즐거운 말소리가 나면
나는 내 마을 그 아는 사람들의 지껄지껄하는 말소리같이 반가웁고나
오리야 너희들의 이야기판에 나도 들어 밤을 같이 밝히고 싶고나
<나의 고백>
김덕수
풍물을 가르치다 보면 수많은 제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 재주가 아주 비상했으나
나날이 나날이 시들어가는 제자가 있는가 하면
실력이 형편없다가도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제자들도 있지요.
무엇보다 자기 선생을 잡아먹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따라오는
제자들을 만났을 때 나는 엄청난 희열을 맛본답니다.
그 때 그 시절 그 어른들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이놈아, 네가 최고야! 춥고, 배고픈 것을 먼저 배워야 돼!”
어린 날 선생님들께서 들려주셨던 이 한마디가 저의 운명을 결정지었답니다.
선생님들은 나에게 내가 선택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신 것이죠.
그것은 내 인생에서 무엇보다 값진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남사당 유랑예인패로 사는 동안 선배들이 저에게 심어준 것은
꿈이 있는 사람은 결코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수도 팔수도 없는 아주 중요한 가치가 하나 있지요.
나는 그것을 ‘꿈’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리고, 그 꿈이
오늘의 나, 사물놀이와 김덕수를 만들었습니다.
- 김덕수 자서전, 『신명으로 세상을 두드리다』중에서...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헌겊 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깃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대보름날 밤.
휘영청 밝은 동근 달이 떠있는 무대.
농도 짙은 붓으로 쓱쓱 내려그은듯 늘어진 색색 천.
콘트라베이스와 해금과 피아노. 거기에 장구
김덕수아저씨는 거기에 덩실덩실 웃으며 좋아하는 글, 노래,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그런데. 백석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