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이대공원에 '노란가루길'이 생겼다.
은행잎이 떨어졌는데 사람들의 발길에 구겨지고 바스러져 글쎄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 가루가 무려 짧잖은 길을 다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수상한 일이다.
아무튼 폭신한게, 가을은 역시 낙엽차는 맛이라는걸 되새겨준다.
2. 은행잎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루가 될 정도로 이용객이 많은 공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보자.
오늘 산책할 때 약 10분동안 한 사람도 마주치지 않았다. 오솔길로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산책하던 아줌마 아저씨들의 자식들은 모두 고3이었다는 추측은 수상한 일이다.
바람부는 언덕에 남은건 나와 달 뿐이었다.
3. 나는 언덕위에 멍하니 서있고 내 시선은 특히나 크고 파리하게 떠있는 달에게 고정되어 있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달은 롭 곤 살베스의 그림이었고 구름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 왜 구름이 움직이지 않지? 하고 가만히 서있있었다.
내가 오랫동안 서있을 정도로 달이 매혹적이었다는 것은 수상한 일이다.
수상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나의 공원. 비밀은 꽁꽁 숨겨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