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아부지 선물과 단호박맛탕을 들고서
처음가는 골목길을 걷게 되었다.
이 끝이 모퉁이를 돌아 이어져있는지 아니면 막다른 길인지도 알수없는 초행길이었는데
길들이 재미있게도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지 않아서
마치 마음껏 난도질한 케잌조각 사이를 걷는 느낌이었다.
이 동네는 집들이 아담하니 낮고, 대부분 작은 옥상을 가지고 있고
그 높이가 낮은덕에 빨랫줄의 고개가 살짝 보일 정도였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과
옥상에 앉아 하늘을 볼 수 있게 만든 벤치와
하늘에 빨래를 널어 말릴 수 있게 늘어진 빨랫줄.
집주인들이 개성껏 조금씩 꾸민 공간들
켜켜이 묻은 흙 먼지 짜증을 날리는 티셔츠 팬티 수건조각들
콧노래를 부르며 빨래를 탈탈 털어 말렸을 여인들의 아침.
우리집 옥상은 하늘이 넓게 끝없이 파랗고 바람은 깨끗하다.
나는 롤러를 신고 한돌이와 옥상을 뱅글뱅글 빨랫줄 사이를 돌았다.
빨래들이 기분에 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