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랗게 질려있었을 때였나
땅 위를 붕 떠었있을 때였나
네 다리를 가지런히 옆으로 누인채로 마당의 감나무를 응시하며 강아지가 말했다.
"그래 맞아 한동안 지루할 정도로 무료했고, 그래서 감정이 고요했었는데 말야."
"너가 아까 길을 걸을때도 말했잖아"
"어?"
"그때, 그 로타리에서"
"어?"
"..."
"....."
"...으...."
"....아! 그 사람들이 몰렸을때. 어 맞아 그랬어."
"치매야..."
"왜 그런걸까? 길은 그렇게 길었고 그 길 끝까지 걷는 내내 아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는데.
왜 그 지점에서만 두명의 친구와, 자전거와, 나와 너까지 겹쳐서 지나가기 힘들었을까?"
"난 하마터면 밟힐뻔했어..."
"그곳을 지나고 나선 또 한동안 한산했지."
"나쁜꼬마애..."
"어제도 그랬지. 계란찜을 불에 올려놓고 휘젓고 있었는데
초인종이 울렸고 할머니께서 주신 호박 받고 인사좀 해야 햐는데 휴대폰이 울렸고, 집전화도왔었어."
"계란찜은 무사했어?"
"조금 탔지. 하나씩 차근차근 해야 하는데 그럴때면 순간 지능이 낮아지는것같아."
"평소에도 그다지...ㅋㅋ"
"..."
"ㅋ!"
"지금이 지나면 또 한동안 무료해지는걸까?"
"응. 그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