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맥주가 없었으면 아마 여름밤이 나를 녹여 먹었을지도 모르죠.
컬러가 없었으면 아마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만큼이나.
2
집에 오는길에 또 억지로 끄집어낸 서러움이 목에 떡하니 걸렸길래
어떻게 감정의 응어리가 직접 신체에서 떡떡거릴까 생각했습니다.
3
11시의 출근길은 항상 자책이 만연하지만
영동대교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며 바라본, 지하철과 자동차들이 나와 같이 수평으로 뻗어지는 순간의 청담대교,
어떻게 날아왔을까, 아니면 어떻게 둥둥 떠왔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가로등에 앉은 갈매기,
프리마호텔에서 환승하여 내 앞 의자에 탄, 나보다 얼굴이 작을것같은 미소년,
여름 도시의 11시 AM을 느끼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