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집에 못들어와서 방치된 냉장고속에는 좋아하는 야채가 가득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지난주엔가 엄마아빠가 올라오셨을때
야채가 어디에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침 우유와 페투칠레를 사왔는데, 밥이 더 맛있게 됐기에 밥용 야채요리를 만들기로 했다.
뚝배기에 열이 오르면 해바라기유를 두르고 저민 마늘과 컬리플라워를 넣고 볶는다.
컬리플라워는 한송이를 다 넣었다.
어느정도 반투명해져 익었다 싶을때 우유를 붓고 허브솔트로 간을 하며 더 익힌다.
조금 더 졸이고 주황색 파프리카와 표고버섯도 넣었다.
휘휘 저으며 익히다가 토마토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고 조금더 익힌다.
토마토까지 익어서 전체 색이 코랄정도로 예뻐지길래 불을 끄고 밥과 함께 차려 먹었다.
음 건강한 맛이다.
야채 하나하나 씹을때마다 하나하나 맛있다.
그리고 표고는 질감이 고기같아서 쫄깃쫄깃하고.
오래전부터 아팠던 손목을 치료하려고 보건소에 들렀다.
보건소에 갔더니 정형외과가 없다며 진단서 없이 물리치료는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물어물어 정형외과에 갔다.
한 7~8달 정도 됐고 계속 욱신욱신 거려요 했더니.
의사선생님은 어진 미소를 지으며 이 버섯들 때문이네요 하셨다.
아. 그러고 보니 손목 주위에 표고버섯이 잔뜩 나있었다.
맙소사. 그래서 버섯들이 자라며 나오느라 욱신거렸구나. 뻐근하고.
말도안돼 여름인가! 싶다가도 아 봄이구나 봄 좋다 하고 느꼈다.
거리에는 여자들이 하늘하늘. 엄청 많다. 꾸웩.
모두들 오늘을 기다렸나보다.
우리가 바라는건 아주 예쁜 옷을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입고 싶은 것 뿐이다.
우키요에 책을 다 읽고서 또 다른 유키요에 책을 사러 갔는데
사고싶어 안달이 났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들어 안달이 나는 책 세권을 사왔다.
사랑스러운 세권. 펭귄과 한글과 오피스 아트.
그 중 오피스 아트 아주 마음에 든다.
정글에는 알프레드와 엠넷기사가 나란히 나왔다. 후후.
오늘 플리마켓은 참 재미있었고
북적북적한 가운데 친구랑 둘이 소소하게 꿋꿋한 느낌도 또한 좋았어요.
그 가운데 구경해주시고 사주시는 분들을 마주한다는건 또 다른 기쁨이었습니다.
마지막엔 복숭아꽃 가지와 장미꽃과 파피루스를 얻게 될 줄이야!
꽃들을 물에 담아 옆에 두고 옅게 물들고 있는 꽃색을 바라보는 밤은 좋네요.
그리고 음악과 농담과 휘파람 고마워요.
와르르 쏟아지는 유쾌한 웃음소리.
오늘은 아주 아픈날이어서 내 뺨도 배도 아프다고 난리법석.
원래는 영화를 보려다가 한강을 걸었고 한강은 가도가도 끝이 없었지만
두시간이 이렇게나 끝없이 계속될줄이야.
처음가는 길에서 매일 치열하던 강건너를 바라보며 느릿느릿 걸었고
자유기러기들은 v자로 날아갔고
거침없이 헛소리만 해대는 범이.
나 너무 아프다며 빠져나온 터널끝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는데
너무 평화롭고 조용한 낮은 집들이 좋아서
아 이런 곳에서 살고싶어.
오후 5시 45분에.
코랄의 토요일은 조용히 지나갔다.
코랄의 하늘을 그리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울트라마린으로 또 발라버렸다.
왜 언제나 코랄에는 울트라마린이 기계적으로 매칭되는걸까.
온 세상이 코랄물감을 희석시킨 물속에 잠겨있는것같아서 너무 좋았는데
그게 황사라고 난리더라.
미루고 미루었던 신청서를 온라인으로 작성하여 전송하고 비자로 결재도 했다.
아 벌써 그곳에 가있는것같아 설레이는 일요일을 보냈다.
설레임도 있지만 두려움도 공존한다.
좋아하는 작가는 내가 많이 고민하는 부분을 가볍게 뛰어넘어 쿨하디 쿨한 쏘오쿠울 작업을 포스팅했다.
멋진것같다.
몇달만인가 큰 갤러리에 범이가 돈주고 샀다고 주장하는 전시를 보러갔는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북적북적대서 그림에 집중은 커녕 답답하기만했고
그거 말고 무료전시의 중국작가전시를 보았는데 그것이 훨씬 더 신선하고 많이 와닿아서 좋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일찍 잤는데 또 자정에 눈이 떠졌다.